
서울 부동산 시장이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 등 외곽까지 달궈지고 있다. 집값 추가 상승 기대와 함께 7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규제 시행 전 막차 수요가 몰렸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24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은 0.36% 급등하며 6년 8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지난 2월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로 촉발된 집값 상승이 장기화하면서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금관구' 등 서울 외곽까지 확산했다.
특히 금관구 지역에서는 큰 변화가 감지된다. 인접 지역의 대규모 입주 물량과 신안산선 공사장 붕괴 등 악재가 겹쳐 연초부터 하락을 거듭해 올해 누적으로는 하락한 상태지만, 지난달부터 본격적인 반등에 나선 것이다.
강남 불장에 '금관구'도 껑충…"두어 달 만에 시장 반전"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조사에서 지난주 금천구 아파트값은 0.05% 상승했다. 지난해 9월 넷째 주(0.05%) 이후 약 9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이다. 관악구도 0.07%, 구로구 역시 0.09% 올랐다. 두 자치구 모두 올해 들어 가장 큰 폭의 상승을 기록했다.
금천구 시흥동의 한 개업중개사는 "시장이 이렇게나 바뀔 수도 있나 싶다"며 "두어 달 전만 하더라도 파리만 날려서 일찍 들어가는 날이 많았는데, 요즘은 '집을 보고 싶다'는 문의가 꾸준히 들어온다"고 귀띔했다.
인근의 다른 중개사도 "올해 3~4월만 하더라도 광명 입주장에 신안산선 사고까지 겹쳐 한숨을 내쉬는 집주인이 많았다"며 "지금은 급매물도 다 떨어졌고, 집주인들도 매물을 거둔 채 상황을 살피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천구와 맞닿은 광명시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말까지 '트리우스광명', '철산자이더헤리티지', 광명자이더샵포레나' 등 약 1만 가구가 입주한다. 교통망 개선 기대감을 모았던 신안산선도 지난 4월 광명 구간이 붕괴하는 사고로 인해 대대적인 일정 지연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집값 더 오를라' 실수요자 내 집 마련 행렬…하반기도 상승 이어질 것
하지만 이러한 악재가 무색할 정도로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는 것이 지역 부동산 업계의 평가다. 매수세가 유입되자 실거래가격이 반등한 것은 물론, 신고가를 경신하는 사례도 늘어가고 있다.
특히 구축 아파트나 나 홀로 단지, 산기슭 아파트 등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매물의 약진이 눈에 띈다. 집주인들이 호가를 높이고 매물을 거둔 가운데, 저렴한 매물을 찾는 매수세가 소위 '비선호' 매물까지 번진 결과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서 금천구 독산동 '롯데캐슬골드파크1차' 전용면적 71㎡는 이달 10억5000만원(25층)에 팔렸다. 직전 거래 9억9900만원(11층) 대비 약 5000만원 올랐다.
독산동의 개업중개사는 "두어 달 전만 하더라도 전용 84㎡를 살 수 있었을 가격"이라며 "금천구 대장 단지인 만큼 매수 문의도 늘어나면서 집주인들이 호가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독산동 '백운' 전용 83㎡는 이달 4억5000만원(6층)에 팔렸다. 4월 4억1800만원(8층)에 썼던 신고가를 두 달 만에 갈아치웠다. 48가구 규모 나 홀로 단지인 이 아파트는 2018년 11월 이후 거래가 없다가 최근 다시 발생했다.

시흥동 '벽산타운3단지' 전용 84㎡도 이달 4억9500만원(7층)에 손바뀜됐다. 관악산 중턱에 자리 잡은 비역세권 단지로, 수요자 선호가 엇갈려 2024년 7월 이후 한동안 거래가 끊겼지만, 최근 거래가 재개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실수요자들이 주택 매수에 나서면서 서울 외곽과 비선호 단지까지 매수세가 유입된 결과로 보고 있다.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은 "향후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늘면서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억눌렸던 주택 매수세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선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됐고 주택 공급 절벽과 금리 인하, 분양가 상승 등 대부분 지표도 집값 상승을 향하고 있다"며 "이에 자극받은 실수요자들이 내 집 마련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심 소장은 "하반기 대출 규제가 예정돼 있지만, 10억원짜리 집을 살 때 대출 가능액이 5000만원 줄어드는 정도에 그친다"며 "하반기에는 지금과 같은 집값 상승세가 서울을 넘어 주요 지방으로 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