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제도

"서울을 건축문화 선도도시로"…오세훈, 'K-건축' 세계화 나선다

2025.06.24 13:36

서울시가 ‘K-건축’의 세계화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실력 있는 국내 건축가의 해외 진출을 돕고, 권위 있는 도시공간 디자인상을 제정해 서울을 '글로벌 건축문화 선도 도시'로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4일 이 같은 내용의 ‘K-건축문화 종합지원계획’을 발표했다. 혁신건축가 발굴 및 지원 등 4대 분야, 11개 과제를 2030년까지 중점 추진하기로 했다. 2023년에 유연한 제도와 신속 행정 등 하드웨어 중심의 ‘서울 도시·건축디자인 혁신계획’을 내놨다면 이번엔 소프트웨어(건축가)에 초점을 맞춘 플랜을 선보인 것이다.

국내 건축가의 대형 프로젝트 참여와 해외 진출 기회를 대폭 확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먼저 국제설계 공모 때 국내 건축가 참여 비율을 최대한 늘릴 계획이다. 외국 건축가 선호 현상으로 최근 국내 건축가들의 설 자리가 줄어들고 있다는 현장 목소리를 반영한 조치다. 일률적인 국내 건축가 비율을 정해놓는 건 아니고, 프로젝트 성격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설계 공모 보상금도 기존 1억원에서 3억원으로 대폭 늘린다.

또 ‘미술계의 올림픽’이라 불리는 베니스 건축비엔날레, 국제건축가연맹(UIA) 세계건축대회 등 글로벌 행사에 국내 건축가의 역량을 알리는 홍보관을 운영할 계획이다. 서울시가 직접 K-건축의 ‘홍보맨’으로 뛰는 셈이다. 해외 주요 도시와 건축 문화교류도 확대한다. 현재 영국, 프랑스, 스위스 등 10개국과 협력의향서(LOI)를 체결했다.

어워드(시상)와 재단 설립에도 나선다. ‘서울 국제 도시공간 디자인상’을 제정하겠다는 구상이 대표적이다. 2027년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에서 첫 수상작을 발표하는 게 목표다. 수상작은 2년마다 선정한다. 오 시장은 “국제적 기구나 협회로부터 상을 받는 것보다 우리가 시상하는 게 도시 브랜드 향상에 더 도움이 된다”며 “서울은 청계천 복원이나 한강 르네상스 등 도시공간 구조를 획기적으로 바꾸는 데 성공한 경험이 있는 만큼 건축 부문에 한정하지 않고 도시 인프라, 건축, 정원 부문으로 나눠 시상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차세대 건축가 발굴을 위해선 다음달 ‘서울시 건축상’에서 ‘신진건축가상’ 부문을 신설한다. 건축가뿐 아니라 우수한 디자인을 수용한 건축주, 품질 놓은 시공을 완수한 시공자 등에게도 상장을 수여할 계획이다. 우수 건축물 확산을 위해서다. 지속가능한 도시건축 발전을 위해 ‘서울건축재단’(가칭)도 설립할 예정이다. 오 시장은 “건축비엔날레, 시상식 등 여러 행사를 훨씬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건축 시장의 87.5%를 1~5인이 운영하는 소규모 건축사무소가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대형 프로젝트의 경우 해외 유명 건축가와 협력하는 사례가 많아, 신진 건축가가 공모에 참여하는 게 쉽지 않다. 서울시는 설계기획(안)만으로 우선 선발하는 ‘2단계 공모’, 공모 과정에서 종이를 없앤 ‘디지털 공모’ 등을 도입해 창의적 아이디어를 가진 신진 건축가의 참여 기회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역량 있는 건축가의 공공사업 참여 기회도 늘린다. 건축상 수상자를 대상으로 중요도가 높은 사업을 지명 공모(연 1~2건)하고, 공공예식장이나 서울형 키즈카페 같은 시책사업(연 20건) 기획 기여를 제공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설계의도 구현 계약’ 대상도 설계비와 상관없이 모든 공공건축물로 확대한다. 예산 부족, 설계자 배제 등의 이유로 설계 의도가 훼손되는 걸 막기 위해서다.

오 시장은 약 2개월 전부터 서울 시내 혁신 건축 현장을 직접 찾는 ‘건축기행’을 다녔다. 전통시장을 MZ세대 ‘핫플레이스’로 변신시킨 용산구 ‘해방촌 클라우드’, 낡은 공영주차장을 건강증진센터로 탈바꿈한 강남구 웰에이징센터 등이 대표적이다. 오 시장은 “쇠락한 공업도시였던 스페인의 빌바오는 미술관(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하나를 멋지게 지으면서 문화예술로 먹고사는 도시가 됐다”며 “도시를 변화시키고 삶의 질을 끌어올리기 위한 작업은 건축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이인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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