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 동작구 집값이 들썩이고 있다. 강남 3구 집값이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상승 온기가 한강 변 아파트로 퍼진 영향이다. 서초구 반포동 집값 상승 영향이 동작구로 옮겨붙었고, 흑석뉴타운 마무리, 노량진뉴타운 등 대규모 개발 등이 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단 분석이다.
2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동작구 흑석동 대장 아파트 '아크로리버하임(흑석7구역)' 전용면적 84㎡는 지난 4월 31억2000만원에 손바뀜해 신고가를 기록했다. 이 면적대는 최고가를 기록한 이후 지난달 24억8000만원(4층), 26억5000만원(14층) 등 단 두 건의 거래만 맺어진 후 현재까지 신고된 거래가 없다. 이 단지 전용 84㎡ 호가는 최고 35억원으로 송파구 '엘리트(잠실엘스·리센츠·트리지움)' 수준에 육박한다.
같은 아파트 전용 59㎡는 지난 6일 22억원에 거래돼 최고가를 경신했다. 지난 1월 19억5000만원에 거래된 이후 단 한 건의 거래도 없다가 이달 첫 거래가 이뤄졌다. 또 다른 전용 59㎡도 지난달 31일 22억원에 팔려 연초(1월) 거래된 18억5000만원보다 3억원 이상 뛰었다.
같은 동 '흑석자이(흑석3구역 재개발)' 전용 84㎡ 입주권은 지난 5일 23억1400만원에 거래됐다. 이 단지 입주권은 지난 2월 18억7500만원에 거래됐었는데 불과 5개월 만에 4억원이 넘게 올랐다. 이 단지 전용 59㎡ 입주권 역시 지난달 17억40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아 지난 2월 거래된 15억9000만원보다 1억5000만원이 상승했다. '흑석센트레빌1차(흑석5구역)' 전용 84㎡도 지난달 20억원에 손바뀜해 신고가를 썼다. 올해 최저가인 17억5000만원(3월)보다 2억5000만원이 더 오른 수준이다.

흑석뉴타운 내 단지들이 동작구 집값을 견인하고 있다. 전체 11개 구역 가운데 1구역, 2구역, 9구역, 11구역이 사업을 진행 중이다. 정비구역이 해제된 10구역을 빼면 나머지 6개 구역은 입주를 마쳤다. 9구역은 1536가구 규모로 '디에이치 켄트로나인'이, 11구역은 1509가구 규모로 '서반포 써밋 더힐'이 조성된다.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의 하이엔드 아파트다.
흑석동에 있는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최근 1~2달 사이 집값이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일부 집주인들 사이에선 내놨던 매물을 거둬들이는 등의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며 "집을 사고 싶다는 매수자들은 있는 상황이지만 가격이 너무 오른 탓에 선뜻 계약은 맺어지지 않는 상황"이라고 상황을 전했다.
노량진뉴타운도 속도를 내고 있다. 노량진뉴타운은 노량진, 대방, 상도동 일대 1~8구역에서 9000가구 규모로 진행 중이다. 2·4·5·6·7·8구역 등 6개 구역은 관리처분인가 이상 단계 진행 중이고, 2, 6, 8구역은 철거를 끝내고 연내 착공을 앞두고 있다. 4구역은 철거가 진행 중, 5구역은 이주가 완료돼 철거를 준비 중이다. 7구역은 이주 중이다. 1~8구역 중 알짜로 꼽히는 1, 3구역은 관리처분 계획인가를 준비 중이다. 6구역은 하반기 공급 계획도 잡혔다. GS건설과 SK에코플랜트가 짓는데 지하 4층~지상 28층, 14개 동, 1499가구 규모의 대단지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노량진뉴타운 매물을 전문적으로 취급한다는 B 공인 중개 관계자는 "강남발 집값 상승이 이어지면서 노량진뉴타운 입주권에도 프리미엄(웃돈)이 붙은 상황"이라고 상황을 전했다.
노량진뉴타운 개발 기대감이 커지면서 인근 상도동 집값도 영향을 받고 있다. 상도동 '상도파크자이' 전용 84㎡는 지난 4일 18억30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지난 3월 17억4000만원에 거래됐던 면적대다. 같은 동 'e편한세상상도노빌리티' 전용 84㎡도 지난달 17억7000만원에 손바뀜해 최고가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강남 3구와 용산구,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부터 시작된 집값 상승세가 동작구, 광진구, 강동구 등 한강 벨트를 타고 확산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집값 상승에 대한 불안 심리, 내달 3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시행으로 대출받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부담감 등이 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그는 "집값 상승 온기는 차급지로 넘어갈수록 영향력이 점점 약해질 것"이라면서 "급지가 내려갈수록 대출 의존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대출 규제의 타격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한편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이달 셋째 주(16일) 기준 동작구 집값은 0.49% 올랐다. 전주(0.39%)보다 상승 폭을 더 키웠다. 동작구 집값은 올해 누적으로 2.72% 상승했다.
동작구가 포함된 서남권의 매매심리도 양호하다. 지난 16일 기준 서남권 매매수급지수는 104.7로 전주(103.5)보다 더 올랐다. 지난 2월 마지막 주(24일) 기준선인 100을 넘어선 이후 17주 연속 기준선을 웃돌고 있다. 이 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하는데 200에 가까울수록 집을 팔려는 집주인보다 집을 사려는 실수요자가 더 많다는 뜻이다. 집주인 우위 시장인 셈이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