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이 고삐 풀린 듯 오르는 가운데 하반기에는 덜 오른 곳이 따라 상승하는 ‘갭(가격 차) 메우기’ 장세가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근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등 서울 외곽 지역 아파트값이 반등할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 그 전조로 꼽힌다. 매수세가 외곽보다는 한강을 끼고 있는 ‘한강 벨트’ 등 핵심지에서 상대적으로 덜 오른 단지에 집중되고 있다. 순차적으로 외곽으로 확산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역별 온도 차 큰 서울 집값
22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은 1주일 전보다 0.36% 올랐다. 2018년 9월 둘째 주(0.45%) 후 6년9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올해 누적 상승률은 2.7%에 이른다.

서울 안에서도 온도 차가 크다. 송파(7.6%) 강남(7.0%) 서초(6.3%) 등 강남 3구 아파트값이 가장 많이 올랐다. 작년 말부터 시작된 여러 불확실성으로 서울 부동산 시장에 관망세가 짙게 깔렸지만, 강남 아파트는 가장 확실한 안전자산으로 여겨져 일찍이 매수세가 집중된 까닭이다.
이른바 한강 벨트라 불리는 성동(4.7%) 마포(4.1%) 용산(3.9%) 강동(3.7%) 양천(3.7%) 동작(2.7%) 영등포(2.7%) 광진(2.5%) 등이 뒤를 이었다. 외곽인 도봉(-0.1%) 중랑(-0.1%) 노원(0.0%) 강북(0.1%) 금천(0.2%) 동대문(0.2%) 등은 올해 거의 오르지 않았다.
상반기에는 핵심지 대장 아파트와 재건축 추진 단지 중심으로 상승했다면 하반기에는 갭 메우기가 서울 부동산 시장의 화두로 떠오를 전망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하반기부터 서울 외곽 등 중저가 주택에도 매수세가 흘러들면서 집값 격차가 줄어들 것”이라며 “강남이나 한강 벨트 안에서도 덜 오른 단지에 관심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성북(0.13%→0.16%) 강서(0.06%→0.14%) 은평(0.09%→0.14%) 노원(0.07%→0.12%) 등에서 상승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갭 메우기’ 기대 큰 단지는
‘키 맞추기’는 그동안 관심을 덜 받은 단지 중심으로 신고가가 잇따르는 데서도 찾을 수 있다. 양천구 ‘신정 아이파크’ 전용면적 114㎡는 최근 24억원(8층)에 거래됐다. 지난달 직전 최고가(22억원·2층)보다 2억원 올랐다. 인근 목동신시가지 단지들이 재건축 기대에 계속 오른 데 영향을 받았다. 마포구 ‘공덕현대’도 74㎡가 최고가인 12억4000만원(2층)에 손바뀜했다. 지난 2월 10억6500만원(3층)에서 2억원 가까이 뛰었다. 단지 규모가 183가구에 1989년 준공한 아파트라 주변보다 가격이 낮았다. 인근 단지가 계속 상승하자 갭 메우기가 나타난 것이다.
전문가들은 노도강 등 외곽으로 온기가 돌겠지만, 핵심지 안에서도 덜 오른 단지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전용 84㎡ 기준 실거래가가 18억원 이하인 대단지(1000가구 이상) 중 최근 한 달 새 매매값이 5% 이상 뛴 단지로 양천구 ‘목동한신청구’, 성동구 ‘텐즈힐2단지’, 광진구 ‘구의현대2단지’, 동작구 ‘대방대림’, 용산구 ‘도원동삼성래미안’, 성동구 ‘행당한진타운’, 서대문구 ‘DMC파크뷰자이’ 등이 꼽힌다. 주변 새 아파트보다 싸고 지하철역과 멀지 않아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는 게 공통점이다.
목동한신청구는 지하철 9호선 신목동역을 단지 앞에 두고 있다. 목원초에는 길을 건너지 않고 통학할 수 있다. 구의현대2단지는 2호선 강변역 역세권 단지다. 1996년 준공됐지만 최근 2021년 최고가 수준을 다 회복했다. 재건축 기대, 광장동 학원가 인접, 동서울터미널 복합개발 등이 호재로 꼽힌다.
경전철 신림선 서울지방병무청역 앞에 있는 대방대림도 1993년 준공한 노후 단지다. 재건축 기대 등으로 가격이 오르고 있다. 전용 84㎡가 15억6000만원(17층)에 거래돼 지난달 14억3500만원(17층)보다 1억원 넘게 뛰었다. 도원동삼성래미안은 6호선 효창공원역과 5·6호선·경의중앙선·공항철도 공덕역 사이에 있다. 주변 마포·공덕 아파트 단지가 오르고 있어 갭 메우기가 일어날 수 있는 곳으로 꼽힌다. 2000년 준공한 행당한진타운도 입지가 돋보인다. 단지 바로 앞에 5호선 행당역이, 뒤에는 대현산공원이 있다. 무학중과 무학여고도 큰길을 건너지 않고 갈 수 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