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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억 넘었는데 이젠 6억도 안된다"…집값 반토막 난 동네

2025.06.23 14:32

한때 '인천의 강남'으로 꼽혔던 송도국제도시 집값이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선호도 높은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여전히 신고가 대비 반값 수준에 거래되는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 수요가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입주 물량까지 겹치면서다.

23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연수구 송도동 8공구 '더샵송도 마리나베이' 전용 84㎡는 지난달 말 5억9500만원에 손바뀜했다. 이 면적대는 2022년 2월 12억4500만원에 거래됐던 면적대다. 최고가와 비교하면 반토막도 되지 않는 수준에 거래가 된 셈이다.

바로 옆에 있는 'e편한세상송도' 전용 84㎡는 지난 11일 6억3500만원에 새로운 주인을 찾았는데 이 면적대 역시 2021년 10억7500만원(8월)으로 10억원을 넘겼던 면적대다. 현재 가격은 최고가의 59% 수준이다.

송도동 B 공인 중개 관계자는 "8공구에 있는 단지 전반적으로 가격을 살펴보면 이전 최고가의 50~60% 수준으로 거래되는 경우가 많다"며 "집값 상승과 함께 외곽 지역에 많은 아파트가 공급됐는데 이를 받아줄 수요는 많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당분간 가격 회복은 요원해 보인다. 송도에 공급될 아파트가 아직 쌓여 있어서다. 부동산 정보제공 앱(응용프로그램) 아파트 실거래가에 따르면 송도에 올해 공급될 아파트는 3774가구다. 적정수요인 2021가구를 넘어선다. 2026년엔 공급 물량이 없지만 2027년엔 2041가구, 2028년엔 3958가구로 '공급 폭탄'이 떨어질 예정이다.

송도에 있는 C 공인 중개 관계자는 "송도 자체가 계획도시이지 않으냐"며 "앞으로 들어올 아파트도 많아 당장은 뚜렷한 가격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송도 내 선호도가 높은 지역 소재 아파트는 그나마 형편이 낫다.

송도동에 있는 '송도더샵하버뷰(D14)' 전용면적 116㎡는 지난 2일 11억40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이 면적대는 집값이 폭등했던 2021년 13억원(7월)까지 올랐던 면적대인데, 2023년 1월 8억9500만원까지 하락했다가 현재 최고가의 87%까지 가격이 올라왔다.

같은 동 '송도더샵마스터뷰21BL' 전용 125㎡도 지난 5일 11억8000만원에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마찬가지 2021년 13억3000만원(4월)까지 올랐던 면적대다. 현재 가격은 최고가의 88% 수준이다.

이들 아파트는 상대적으로 선호도가 높은 1공구, 3공구 등 지역에 자리잡고 있다. 1공구는 채드윅국제학교를 비롯해 포스코 자사고 등 학군지로 꼽히는 지역인데다 한때 '김연아 상가'로 명성을 얻었던 '커넬워크'도 근방에 있다. 3공구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B노선이 예정된 곳이다.

송도동에 있는 A 공인 중개 대표는 "과거 최고가와 비교하면 아직 회복하지 못하긴 했다. 그러나 송도 내에서도 선호도가 높은 1공구나 3공구 등에 있는 집값은 일부 조정이 있긴 했지만 어느 정도 수요가 회복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국토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앞선 부동산 상승기 강남 3구에서 시작한 집값 상승은 크게 3개 패턴을 보이며 수도권 전역으로 확산했다. 해당 경로는 △강남 3구-성남 분당구(판교)-용인시 수지구-용인시 기흥구 △강남 3구-과천시-안양시 동안구(평촌·인덕원)-군포시(산본) △강남 3구-양천구 목동-광명시·인천 송도-시흥 등이다. 강남 3구부터 시작된 집값 상승세는 양천구 목동까지는 확산했지만 경기 광명시나 인천 송도, 시흥까지는 아직 확산하지 않았다.

과거 송도 집값이 크게 뛴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GTX-B노선 신설에 따른 서울 접근성 개선 기대감이다. GTX가 개통되면 서울역까지 30분 이내에 도착이 가능하다. 민자 구간 사업에 새로운 투자사가 참여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업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또 다른 하나는 인구 유입 기대감이다. 송도는 K-바이오 전초기지라는 평가받기도 했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국내 대표 바이오 기업 본사가 들어가 있기도 하다.

한 부동산 시장 전문가는 "송도에 있는 호재가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집값에 반영이 됐다고 생각한다"며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이송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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