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제도

뉴욕 중개수수료 개혁이 한국 부동산 시장에 던진 메시지 [김용남의 부동산 자산관리]

2025.06.19 13:34

미국 뉴욕에서 지난 11일 중개 수수료 세입자 전가 금지를 골자로 한 ‘임대 아파트 비용 공정성 법안(FARE Act)’이 시행되면서 현지 임대 시장에 역사적인 변화가 시작됐습니다. 법안 시행으로 집주인이 고용한 부동산 중개인에 대한 수수료를 임차인이 부담하는 관행이 사실상 금지됐기 때문입니다. 오랜 관행이 무너지며, 세입자들은 수천달러에 이르던 초기 이사 비용 부담에서 상당 부분 해방됐습니다. 뉴욕시 기준으로 평균 1만2951달러였던 초기 비용은 약 41.8% 감소소한 7537달러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동안 뉴욕을 포함한 수요 과잉 지역에서는 중개 수수료가 임대료의 10~15%에 이르며, 한 달 치 월세에 해당하는 금액을 임차인이 부담하는 구조가 일반적이었습니다. 이는 특히 젊은층과 저소득층에게 주거 이동의 장벽으로 작용해 왔습니다. 실제로 온라인 부동산 플랫폼 스트리트이지(StreetEasy)에 따르면 작년 기준 뉴욕시 임대 계약의 47%가 임차인 부담 구조였습니다. FARE Act는 이러한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한 제도적 조치였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뉴욕을 넘어 미국 전역으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미 다수의 주에서는 중개 수수료를 집주인이 부담하는 것이 일반화됐습니다. 또한 이번 개혁은 보스턴, 케임브리지, 서머빌 등 매사추세츠 주요 도시의 유사 입법 논의에도 불을 지폈습니다. 이는 단일 도시의 정책 변화가 직접적인 법적 선례 없이도 다른 지역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법 시행 후 세입자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입니다. 이사 비용 부담이 완화되며 주거 선택의 폭이 넓어졌고, 이동성 향상이 기대되기 때문입니다. 반면, 일부 집주인과 중개업체는 시행 직전 월세를 수백달러 인상한 ‘이중 가격’ 매물을 내놓으며 대응했습니다. 뉴욕 부동산위원회(REBNY)는 이 법이 사적 계약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 소송을 제기했고, 일부 전문가들은 비용이 결국 월세로 전가될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시장의 실제 반응은 다소 안정적인 편입니다. 온라인 부동산 플랫폼 스트리트이지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케니 리는 중개 수수료가 면제된 아파트의 월세 인상률이 전체 시장 평균보다 불과 0.7%포인트 높았을 뿐이라고 분석합니다. 이는 일부 비용이 시장 내에서 흡수되고 있으며, 오히려 이사 장벽이 낮아진 결과 세입자의 이동성이 증가하고 공급 회전율이 개선되는 긍정적 효과가 나타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FARE Act는 중개업계에도 본질적인 변화를 촉발했습니다. 이 법은 단순한 비용 분담 구조의 변화가 아니라, 중개 서비스의 본질적 가치에 대한 재평가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매물을 보여주는 역할을 넘어, 전문성과 컨설팅 역량을 갖춘 중개인만이 시장에서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흐름은 한국 부동산 시장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지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중개 수수료에 대한 불만은 꾸준히 제기돼 왔으며, 특히 임차인이 부담하는 초기 비용은 주거 사다리의 첫걸음을 막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만약 한국에서도 중개 수수료를 집주인이 부담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편 논의가 본격화된다면, 임차인의 이동성이 개선되고 시장 회전율 또한 높아질 수 있습니다.

물론 비용 전가 우려는 무시할 수 없습니다. 특히 전세 제도가 중심인 한국 시장에서는 수수료가 전세금 또는 월세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하면, 제도 도입 시 충분한 시장 분석과 단계적 접근이 필수적입니다.

아울러 중개업계 역시 뉴욕의 사례처럼 서비스의 전문성과 차별화를 통해 수수료의 정당성을 입증할 필요가 있습니다. 단순 중개를 넘어 주거 컨설팅, 법률·세무 자문 등 고도화된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에게 실질적 가치를 전달해야 하며,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 투명성도 함께 강화돼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뉴욕의 중개 수수료 개혁은 단순한 거래 비용 조정을 넘어, 시장 구조와 문화에 변화를 촉진하는 흐름으로 읽힙니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 부동산 시장에도 참고 사례입니다. 앞으로 제도적 고민과 업계의 자율적 혁신이 조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발전을 모색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보다 투명하고 공정한 시장 환경을 위한 논의가 이어지기를 기대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김용남 글로벌PMC(주)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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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김용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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