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집값 상승세가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 지역 인근을 중심으로 가팔라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서울 외곽 지역과 수도권까지 집값 상승세가 번질 것으로 보고 있다.
10일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시가 지난 3월 24일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 후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에서 61건의 거래가 이뤄지며 서울 최다 거래량을 기록했다. 2위는 58건이 거래된 성동구 하왕십리동 '센트라스'였다.
강남 3구와 용산구 거래가 어려워지면서 인근 마포구와 성동구 등으로 투자 수요가 유입된 결과로 풀이된다. 마포구 아현동의 한 개업중개사는 "실거주하지 않으면 강남 아파트를 사기 어려워지니 지방 투자자들이 마포를 대안으로 삼았다"며 "최근엔 매물이 줄어드니 집을 직접 보지 않은 채 사들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마포구는 도심과 가깝고 아파트가 밀집해 서울에서도 실수요가 탄탄한 지역으로 꼽힌다. 여기에 외부 투자 수요까지 더해지자 가격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0.55% 상승에 그쳤던 마포구 집값은 올해 들어서만 2.94% 뛰었다.

지역 대장 아파트이기도 한 마포래미안푸르지오는 하루 1건꼴로 거래가 체결되며 모든 평형에서 신고가가 쏟아졌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서 이 아파트 전용면적 84㎡ C타입은 지난달 23일 22억5000만원에 거래돼 한 달 만에 신고가를 경신했다. 같은 면적 A·B·D타입도 최고가를 쏟아냈다.
전용 59㎡ 또한 A타입에서 최고가 19억원 거래가 나왔고 B·C타입도 신고가를 썼다. 전용 114㎡ B·C타입도 각각 26억원, 25억원으로 거래됐고 전용 145㎡는 27억95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인근 개업중개사는 "휴일마다 집을 보러 오는 매수자가 북적인다"며 "매수세가 몰리면서 상대적으로 인기가 낮은 소규모 단지까지도 들썩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마포구 등의 집값 상승세에 대해 전문가들은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으로 인한 풍선효과라고 평가하면서도, 하반기에는 집값 상승세가 서울 외곽과 일부 수도권까지 번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거래량은 다소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심형석 우대빵부동산연구소 소장(美 IAU 교수)은 "토허제 풍선효과로 마포구와 성동구 일대로 매수세가 유입됐다"며 "지역 대장주 아파트인 만큼 풍선효과의 수혜를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지영 신한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도 "직주근접으로 신수요가 탄탄한 가운데 규제에서도 비껴간 서울 주요 지역의 대단지 아파트가 수요자들에게 주목받았다"며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을 앞두고 '살 수 있을 때 미리 사자'는 수요도 겹쳤다"고 분석했다.
또한 7월 1일 3단계 스트레스 DSR이 시행되면 수도권에 붙는 가산 금리가 현행 1.2%에서 1.5%로 늘어난다. 연 소득 1억원인 차주가 수도권에서 10억원짜리 아파트를 매수하며 혼합형 주택담보대출(LTV 70%·35년 만기·원리금균등상환·대출금리 4% 가정)을 실행하면 최대 7억원까지 빌릴 수 있지만, 7월부터는 6억4400만원으로 5600만원(약 8%) 줄어들게 된다.
양 전문위원은 "3단계 DSR의 영향으로 하반기에는 거래량이 줄어들 것"이라면서도 "거래량과 별개로 서울 주요 지역에 정비사업 등의 호재를 안은 선호 단지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가격 상승세가 서울 외곽과 분당·평촌 등 1기 신도시로도 번져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 역시 "집값 상승세가 확산하면서 강남 아파트를 매수하려던 수요자는 과천으로, 동작구 아파트 매수를 계획하던 수요자는 강서구로 가는 등 차츰 밀려나고 있다"며 "그 탓에 최근에는 되도록 빨리 매입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하반기 3단계 DSR이 영향을 끼치겠지만, 수요자들이 점차 외곽으로 밀려나면서 분당과 평촌 등 수도권 주요 지역 집값도 상승 압박이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