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주요 재건축 단지의 호가가 높아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당선 후 재건축 도시정비사업에 대한 완화 기대감이 호가에 반영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이재명 대통령이 재건축 아파트 등에 대한 규제 완화를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아직 정권 초기인 만큼 당분간 정책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10일 네이버 부동산과 현지 부동산 공인중개업소 등에 따르면 서울 양천구 신정동에 있는 '목동신시가지13단지' 전용면적 98㎡ 호가는 25억5000만원까지 치솟았다. 기존엔 24억5000만원이었지만 지난 4일 1억원 더 높여 매물을 내놓았다. 이 면적대는 지난달 23일 23억1000만원에 거래됐는데, 호가는 시세보다 2억4000만원 더 높은 수준에 나왔다.
바로 옆에 있는 '목동신시가지12단지' 전용 56㎡ 호가도 18억원으로 올라갔다. 기존엔 17억원이었는데 지난 7일 1억원 더 높였다. '목동신시가지11단지' 전용 59㎡ 호가도 17억5000만원으로 기존보다 2000만원 더 올렸다. 목동에 있는 '목동신시가지4단지' 전용 67㎡ 호가도 23억5000만원까지 올라 처음 매물이 나왔던 가격보다 7000만원 더 뛰었다.
목동은 2023년 정부가 안전진단 기준을 완화하면서 재건축 사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작년 2월 11단지를 마지막으로 모든 단지가 안전진단을 통과했다. 14개 단지 재건축이 끝나면 약 5만3000여가구의 '미니 신도시'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이런 기대감이 호가에 반영되고 있는 셈이다.
목동에 있는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속도가 가장 빠른 6단지를 필두로 재건축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지 않느냐"며 "(이재명 대통령이) 공약으로 재건축 관련 내용을 언급한 만큼 이런 영향도 호가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다른 지역 상황도 비슷하다. 영등포구 여의도동 '삼부' 전용 146㎡ 호가는 50억원까지 뛰었다. 기존엔 48억원에 올라왔는데 집주인은 지난 2일 2억원을 더 올렸다. 같은 동 '대교2동' 전용 133㎡ 호가는 36억원으로 기존보다 1억원을, '시범8동 전용 118㎡ 호가도 35억5000만원으로 지난 4일 5억원 더 높게 내놨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전용 76㎡ 호가는 39억5000만원으로 기존보다 9000만원을, 신천동 '장미1차 6동' 전용 82㎡ 호가는 32억원으로 기존 28억5000만원보다 3억원 더 높였다.
강남구 대치동 '대치우성1차 3동' 전용 125㎡ 호가는 42억원으로 최초 매물을 등록했을 때보다 1억원을 더 높였고, '대치쌍용1차 1동' 전용 141㎡ 호가도 42억5000만원으로 기존보다 5000만원 올려 잡았다.
서울 주요 재건축 단지에서 호가가 오르는 것은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내놓은 공약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재건축·재개발 용적률 상향 △신속 인허가 제도 도입 △부담금 완화 △도시분쟁 조정위원회 기능 확대 등을 공약으로 걸었다.
정보현 NH투자증권 Tax센터 연구원은 "정비사업 규제 완화, 용적률 상향, 재건축 활성화와 같은 신호가 나오면서 시장의 기대감이 커진 것"이라면서 "강남·여의도·목동·1기 신도시 등 정비사업 유망 지역은 추진 기대감만으로도 집주인 우위의 국지적 가격 상승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다만 매수엔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아직은 정권 초기인 만큼 공약의 현실화 수순을 자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아직 세부적인 정책이 나오지 않아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보수 정권에서 진보 정권으로 넘어왔고, 정권 초기 인사 등을 고려한다면 올해 하반기엔 큰 변화 없이 현 상태의 시장 상황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