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해결해야 할 부동산 과제는 수두룩하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선 공급 불안으로 집값이 치솟고, 지방에선 준공 후 미분양(악성 미분양)이 쌓이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신규 주택 공급 부족과 기준금리 인하 기대 등으로 올해 하반기에도 아파트 매매가와 전셋값이 동반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민간 공급 확대, 다주택자 세제 완화 등 시장 안정을 위한 실행력 있는 부동산 정책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 서울은 상승 이어질 듯

5일 한국경제신문이 부동산 전문가 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전국 아파트값이 강보합세를 보일 것이라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62%는 상승을 예상했으며, 36%는 보합(-1~1%)을 전망했다. 나머지 2%만 하락을 점쳤다. ‘상승론’에 베팅한 전문가의 41.9%는 내년 하반기, 35.5%는 2027년 이후에도 오름세가 이어질 것으로 봤다. 상승을 내다본 것은 신규 공급 부족, 추가 금리 인하 기대, 전셋값 상승 때문이다.
지역별로 나눠 보면 서울과 지방의 전망이 극명하게 엇갈린다. 서울은 전문가 86%가 매매가격 상승을 예측했다. 가장 큰 이유는 공급 부족 우려다. 여기에 ‘똘똘한 한 채’ 강화 기조가 맞물렸다. 다주택자 규제와 상가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 시장 침체 속에 강남권 아파트를 제외하곤 자금이 흐를 만한 투자처가 잘 보이지 않고 있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수석은 “서울은 자산가 중심 매수세가 형성된 곳이 많아 다음달 시행되는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의 영향도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 아파트 가격 전망은 보합(48%)이란 답변이 절반에 가까웠다. 상승과 하락 응답자는 26%로 동률을 이뤘다. 비수도권은 수요 대비 공급 과잉 속에 ‘불 꺼진 아파트’가 속출하고 있어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전국 준공 후 미분양 주택(2만6422가구)의 82.9%(2만1897가구)가 지방에 집중돼 있다. 인구 감소, 지역 경기 위축 등이 함께 작용하고 있다.
◇ “지방 미분양 해결” 서둘러야
이재명 대통령의 부동산 공약 중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건 도심 주택 공급과 관련이 깊은 ‘서울 재건축·재개발 때 용적률 상향’(64%)이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부동산 공약이 세금 폭탄식 규제보다 시장 흐름을 인정하는 실용적 노선인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개선해야 할 공약으로는 ‘4기 스마트 신도시 건설’(46%)을 꼽은 전문가가 절반에 가까웠다. 4기 신도시 건설은 기존 2~3기 신도시의 교통·일자리·자족성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현실성과 추진력 면에서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고품질 공공임대주택 및 공공임대 비율 확대’(30%)에 대한 우려도 컸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막대한 예산이 수반되는 공공임대 확대는 결국 중산층 이상의 세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했다.
새 정부가 가장 방점을 찍어야 할 부동산 정책으로는 ‘지방 미분양 해결’(34%)과 ‘주택 공급 확대’(30%)라는 답이 많았다. 이어 ‘집값 안정’(12%), ‘국토 균형발전’(10%) 등의 순이었다. 주택 공급 절벽 해소를 위해 시급히 펼쳐야 할 정책으로는 ‘양도소득세, 취득세 등 세제 감면’(68%), ‘대출 규제 완화’(62%), ‘비아파트 규제 추가 완화’(34%) 등을 꼽았다. 집값 안정을 위한 정책(복수응답)으로는 ‘세제 감면 등을 통한 수요 회복’(72%), ‘공급 확대를 통한 시장의 공급 부족 우려 불식’(64%) 등의 답변이 많았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조기 정리, 금리 인하 등을 통한 민간 개발사업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심은지/이인혁 기자
◇설문 응답자 (가나다순) △고문철 양우건설 대표 △고세환 비에스디파트너스 대표 △고승일 니소스씨앤디 대표 △구명완 엠디엠플러스 대표 △권왕석 디허브 대표 △김격수 피알메이트 대표 △김국진 국진하우징 대표 △김상국 삼성물산 부사장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 소장 △류찬 PIA 대표 △문길주 대신이엔디 회장 △박상덕 쓰리에스씨앤에프 대표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 △박찬주 와이낫플래닝 대표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 △박형남 신림씨앤디 대표 △서홍 건국대 도시및지역계획학 교수 △손효영 라온건설 대표 △신상열 한아름 대표 △신찬혁 한국자산신탁 사장 △양영환 디엔씨민은 대표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수석 △오동훈 서울시립대 교수 △우병탁 신한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 △우재성 우연디앤드씨 대표 △윤수민 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 △윤흥수 금성백조주택 상무 △이진 부동산개발협회 정책연구실장 △이호상 대한주택건설협회 기획본부장 △장영호 씨엘케이 대표 △장용성 솔렉스플래닝 대표 △정상령 DL이앤씨 담당임원 △정성운 알비디케이 부회장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명예교수 △조준현 리츠협회 회원정책본부장 △표찬 싸부원 대표 △하동우 한신공영 본부장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홍록희 마케팅리더스그룹 대표 *전문가 한명은 익명요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