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4일 출범하면서 부동산 시장에는 집값이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란 기대가 번지고 있다. 정치 불확실성이 해소된 데다 연내 금리 인하, 공급 부족 등으로 집값이 내려갈 이유가 적기 때문이다. 서울 아파트값은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확대 재지정한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진보 정부가 들어서면 집값이 상승하고, 보수 정부 때는 집값이 정체한 점도 기대를 키우는 요인이다.
◇역대 진보 정부, 집값 규제로 가격 상승

4일 한국경제신문이 부동산R114에 의뢰해 최근 20년간 역대 정부의 전국 아파트 매매가 변동률을 조사한 결과 문재인 정부(2017~2022년) 때 누적 상승 폭이 72.5%로 가장 컸다. 노무현 정부(2003~2007년) 때가 63.8%로 뒤를 이었다. 박근혜 정부(2013~2017년)의 누적 변동률도 22.6%로 높은 편이었다. 이명박 정부(2008~2012년)와 윤석열 정부(2022~2025년 4월)의 누적 변동률은 각각 -3.05%, -6.15%로 뒷걸음질 쳤다.
이는 집권 초기에도 비슷한 흐름이다. 노무현 정부가 출범한 2002년 12월 후 2003년 전국 아파트값은 연평균 13.36% 상승했다. 이명박 정부가 새로 들어선 2008년엔 연평균 -2.26%,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2013년엔 -0.07%의 변동률을 나타냈다. 진보 정권인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엔 연 6.41% 올랐다. 윤석열 정부 출범 첫해인 2022년엔 -4.77%를 나타낸 것과 대비된다.
진보 정부가 집값 안정을 위해 시장을 규제한 게 오히려 공급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노무현 정부는 분양권 전매 제한, 투기과열지구 확대 등의 대책을 발표했지만 시장 불안 심리를 자극했다는 평가다. 문재인 정부 역시 규제 지역 확대,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 등 규제를 늘리자 민간 공급이 줄어들어 집값이 치솟았다.
다만 시장에선 이재명 정부는 규제를 통해 수요를 억누르던 기존 진보 정권과 달리 실수요자 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방안에 주력할 것으로 내다본다. 부동산 공약으로 재건축·재개발 지원 강화를 내세운 점도 주택 공급 확대라는 목표를 명확히 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똘똘한 한 채 기조 완화해야”
전문가들은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서울 강남발(發) 집값 상승세와 지방 미분양 문제를 완화하는 방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강남권 아파트값은 이미 전고점을 넘어서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KB부동산의 월간 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주택(아파트·연립·단독 포함)의 평균 매매가격은 10억398만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10억원을 돌파했다.
지난 4월 기준 전국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2만6422가구로 3월보다 5.2% 증가했다. 2013년 8월(2만6453가구) 후 11년8개월 만의 최대치다. 전체 악성 미분양의 82.7%인 2만1897가구가 지방에 몰려 있다.
새 정부가 수도권 공급 확대와 함께 다주택자 중과세 폐지 등을 통해 이른바 ‘똘똘한 한 채’ 현상을 완화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서울과 비서울은 물론 서울 내에서도 같은 면적대의 아파트 간 가격이 몇 배씩 차이 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며 “양극화가 심해지면 집값으로 계층이 분리되는 등 사회문제로 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서울 등 수도권 도심지에서는 재개발·재건축을 통한 공급이 핵심인 만큼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등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에 쏠린 매수세를 비서울로 분산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미분양을 해소하기 위해선 누군가 집을 사줘야 하는 만큼 지방에 한해서라도 다주택자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지연 부동산R114 책임연구원은 “내 집 마련 실수요자는 향후 나오는 정책을 계속해서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은지/안정락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