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제도

부동산 시장 '초양극화'…이재명 시대 집값 향방은 [분석+]

2025.06.04 12:05

이재명 제21대 대통령 시대가 열렸다. 현재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은 초양극화 상황에 직면했다. 서울 내에서도 강남 3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핵심지와 강남권과 가까운 수도권 등 인기 지역 집값은 고공행진하고 있지만 서울 외곽을 비롯해 지방 집값은 냉골이다.

이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아직 뚜렷한 방향이 없다. 앞선 정부에서 '집값'에 정권 자체가 흔들린 탓에 힘을 뺀 모양새다. 이재명 대통령이 내놓은 공약은 재건축·재개발 완화와 유휴부지 개발을 통한 주택 공급 확대다. 여기에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않겠다'라는 의지도 내비쳤다. 다만 구체적인 내용이 담기지 않아 아직은 이렇다 할 시장 영향을 가늠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정권 초기부터 정책을 쏟아내기 어려운 만큼 현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변수는 오는 7월 예정된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다. 대출 총액이 줄어 돈을 끌어오기 어려워진 만큼 집값이 튀어 오를 가능성이 작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 핵심지 집값은 '고공행진'…외곽은 '시무룩'
4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집값은 지난해 말 대비 현재(지난달 마지막 주 기준)까지 1.83% 상승했다. 집값 상승을 견인하고 있는 지역은 단연 핵심지다. 강남권에선 강남 3구가 시세를 이끌고 있다. 송파구가 5.6%로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강남구가 5.18%, 서초구가 4.72% 상승했다. 강북권에선 마·용·성이다. 성동구가 3.15% 뛰었고, 마포구가 2.63%, 용산구가 2.57% 상승했다.

개별 단지로 보면 집값이 고공행진 하는 흐름이 뚜렷하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강남구 압구정동에 있는 '현대6차(78~81,83,84,86,87동)' 전용면적 144㎡는 지난 2일 75억원에 손바뀜해 신고가를 기록했다. 마지막 거래는 지난해 7월 거래된 54억8000만원이다. 약 10개월 만에 20억2000만원이 뛰었다.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도 지난 1일 56억5000만원에 거래됐는데 올해 초 45억5000만원보다 11억원 뛴 금액이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 84㎡도 지난 24일 31억4000만원에 거래돼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지난 2월 25억8500만원에 거래됐던 면적대다. 3개월 만에 5억5500만원 상승했다.

성동구 성수동1가 '서울숲아이파크리버포레' 전용 84㎡는 지난 19일 34억9000만원에 매매 계약을 맺어 올해 거래된 최저가 29억원보다 5억9000만원 상승했고,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1단지' 전용 84㎡는 지난 23일 22억5000만원에 팔려 지난 3월 거래된 18억원보다 4억5000만원 몸값을 높였다.


이 밖에 강남 핵심지를 둘러싼 인접 지역 역시 집값 상승세의 온기를 받았다. 강남 3구와 가까운 △강동구 2.13% △영등포구 1.9% △동작구 1.62% 등이 상승했고 강북권에선 △광진구 1.74% △종로구 0.89% 등이 상승했다. 경기도에선 과천과 분당 등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많은 지역 집값이 강세다.

반면 집값이 뒷걸음질 치는 곳도 있다. 서울 외곽이 대표적이다. 서민 주거지인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은 지난해 말 대비 현재까지 집값이 하락했다. 노원구가 0.19% 내려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했고 △도봉구 –0.16% △강북구 –0.06%를 기록했다. 노·도·강과 가까운 중랑구도 0.11% 내렸다. 지방 상황은 더 심각하다. 지방 집값은 올해 들어 0.92% 하락했다. 6대 광역시는 1.17% 하락했고 5대 광역시로 좁히면 1.28%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9개도 –0.53% 8개도 –0.69% 등 어떤 식으로 집계해도 하락 중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현 시장을 평가하자면 지난해 '비상계엄' 사태부터 시작해 현재 대선 국면까지 정책 등에 큰 변화가 없었고 변화가 없었기 때문에 거래 자체도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는 등 사실상 '정체' 상태라고 보는 게 맞을 것"이라면서 "이런 가운데 일부 지역에 수요가 몰리면서 양극화라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재명 대통령 "세금으로 집값 잡지 않겠다"
이번 대선 과정에선 부동산 관련 공약이 크게 부각되진 않았다. 지난 2월 서울 일부 지역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해 집값이 급등한 것을 계기로 서울 핵심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확대 지정했다. 대선 후보들은 부동산 공약을 섣불리 내놨다간 역풍을 맞은 위험이 있다고 판단하고 부동산 공약 자체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이 대통령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정권을 다시 잡지 못한 실패 요인으로 본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유권자들의 반감을 사지 않기 위해 침묵을 지켰다. 다만 이 대통령은 선거를 약 일주일 남겨둔 시점부터는 "부동산 정책은 지금까지의 민주 정부와는 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28일 그는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진보 정권은 기본적으로 세금을 부과한다든지, 소유를 제한한다든지 수요 억제 정책을 했다"며 "그런데 시장이 이걸 이겨내더라. 이제는 세금으로 집값 잡는 일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튿날인 29일엔 서울 강남·서초 유세에서 세금으로 수요를 억제하지 않고 공급을 늘려 적정 집값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가겠다고 했다. 또 유튜브 방송에서도 "규제하는 순간 대중들에게 집값이 오르는 신호를 주는 것"이라며 "시장 원리대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공약집엔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유휴부지 개발 등을 통한 주택 공급 확대를 담았다. △재개발·재건축 완화(용적률·건폐율 상향) △고분양가 문제 해소 △공공기관·기업이 보유한 유휴부지 활용 △과도한 업무·상가 용지의 주택 용지 전환 △주택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확대 등이 담겼다.


공공주택과 관련해선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을 활용해 고품질 공공임대주택을 늘리고, 공공임대 비율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고 공약했다. 1인 가구, 청년층을 위한 직주근접, 슬세권(슬리퍼+역세권) 주거복합플랫폼주택을 조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위해 철도차량 기지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환승역, 공공청사를 복합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시장 전문가는 "문재인 전 정부 이후 부동산 관련 정책으로 정권이 흔들거린 만큼 이번엔 최대한 부동산 공약엔 힘을 뺀 모습"이라면서 "공약 자체가 해당 분야에 대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인데 이번엔 부동산 정책엔 주력하지 않겠단 모양새"라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아직 세부적인 정책이 나오지 않아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보수 정권에서 진보 정권으로 넘어왔고, 정권 초기 인사 등을 고려한다면 올해 하반기엔 큰 변화 없이 현 상태의 시장 상황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변수는 3단계 스트레스 DSR이다. 오는 7월1일부터 수도권에 1.5%의 3단계 스트레스 금리가 붙는다. 비수도권에는 2단계 스트레스 금리인 0.75%가 올해 12월 말까지 적용된다. 1단계 시행 당시에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에 0.38%포인트의 스트레스 금리가 적용됐고 지난해 9월 2단계로 접어들면서 1.2%포인트(수도권 기준, 지방 0.75%)로 상향됐다.

스트레스 DSR은 대출을 심사할 때 차주의 상환 능력을 보다 엄격하게 평가하는 제도다. DSR은 한 해 동안 갚아야 하는 대출 원리금 상환액을 연간 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주택을 구입할 때 소득 수준에 비해 대출을 과도하게 받지 말라는 취지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수석은 "7월부터 시행 예정인 3단계 스트레스 DSR은 실질적인 대출 한도를 더욱 제한한다"며 "하반기엔 금리 인하 수혜와 대출 규제 강화가 충돌하는 구조가 형성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 최대 과제로 "양극화 해소" 한목소리
전문가들은 이번 정부가 시장에서 완화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로 '똘똘한 한 채'에 따른 시장 양극화를 지목했다. 똘똘한 한 채는 다주택자 규제에서 비롯됐다. 문재인 전 정부 당시 다주택자에 대해 취득세, 보유세, 양도소득세 등 집을 살 때, 가지고 있을 때, 팔 때 등 모든 과정에서 세금을 매겼다.

다주택자들은 가지고 있는 부동산 자산 중 수익성이 낮은 물건을 우선순위에 두고 처분했다. 소위 '잘 나가는' 매물만 남기고 팔기 시작했다. 결국 서울 핵심지 아파트가 선택받았다. 서울 외곽, 비서울은 수요가 감소했고 결국 가격이 내렸다. 집값이 벌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은 "문재인 정부 당시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가 굉장히 강력하게 적용되면서 이들이 움직일 수 있는 길이 '똘똘한 한 채' 밖에 없었다"며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규제가 계속되는 한 집값 양극화는 피해 가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진유 경기대 교수는 "서울과 비서울은 말할 것도 없고 서울 내에서도 같은 면적대의 아파트임에도 불구하고 수배가 차이 나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다"며 "양극화가 심화하면 집값으로 계층이 분리되고 심지어는 거주의 자유도 보장되지 않는 등 사회 문제로 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 부동산에 쏠린 수요를 지방으로 분산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이제는 지방에서 집을 몇 가구 가지고 있느냐의 여부는 중요하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결국 미분양을 해소하기 위해선 누군가 집을 사줘야 한다는 뜻이다. 지방에 한해서라도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 지방 미분양 물량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이송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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