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하철역이 개통하면 주변 집값이 오른다. 상식이다. 얼마나 오르는지, 역 주변 어디까지 영향을 받는지 알기는 쉽지 않다.
‘서울도시철도 7호선 인천 연장 노선 개발 사업이 주변 아파트 가격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는 그래서 눈길을 끈다. 지난해 12월 한국부동산경영학회가 펴낸 논문집 <부동산경영 제30집>에 실렸다.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김민호 씨와 이춘원 광운대 법학부 교수가 같이 썼다.
7호선은 경기 의정부에서 시작해 서울 동부와 강남, 서남부를 거쳐 경기 부천, 인천 부평구과 서구를 연결하는 61㎞ 노선이다. 현재 종점인 인천 서구 석남역에서 서쪽으로 노선을 더 이어 청라국제도시까지 닿도록 하는 것이 청라 연장 사업이다.

연장 계획은 2017년 12월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다. 2019년 7월 기본계획을 승인받았다. 2022년 3월 착공식을 가졌다. 2027년 12월 개통 예정이었으나 지반 침하로 1년 넘게 공사가 중단되며 일정이 미뤄지고 있다. 인천시는 전체 1~6공구 중 1~5공구는 2027년 하반기 우선 개통하고, 다량의 지하수 유출로 지반 침하가 발생한 6공구는 2029년 상반기 개통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개통 후 청라에서 서울 1호선 환승역인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역까지 현재 78분에서 42분으로 36분 단축될 전망이다. 서울 강남은 환승 없이 한 번에 오갈 수 있어 서울 도심 접근성이 크게 개선된다.
논문은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 1년 전인 2016년 12월부터 착공 1년 후인 2023년 3월까지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 내 아파트 실거래 4665건을 살펴봤다. 통계 분석 방법은 이중차분법(Difference in Difference·DID)을 썼다.
지하철 노선이 연장되는 곳 집값이 올랐다고 이를 모두 교통 호재 덕분이라고 쉽게 결론 내릴 수는 없다. 부동산 상승기에는 교통 호재 없는 곳도 다 오르기 때문이다. 회귀분석을 많이 쓰는데, 아파트나 지역 특성이 다 달라 이를 모두 통제 요인으로 다루기 힘들 때가 많다.

이럴 때 DID를 쓴다. 집값이 비슷한 추세를 보이지만 교통 호재 여부만 다른 지역을 비교하는 것이다. 논문은 청라국제도시 내 신설역을 기준으로 300m 이내를 1차 역세권, 500m 이내는 2차 역세권, 500m 밖은 비역세권으로 구분해 DID로 영향을 평가했다.
연구 결과, 청라 연장선의 예비타당성 통과만으로도 역 주변 집값이 올랐다. 예비타당성 통과 이후 1차 역세권의 3.3㎡당 거래 가격은 471.97만원 상승했다. 2차 역세권은 464.08만원, 비역세권은 350.91만원 올랐다. 신설역에 가까울수록 집값이 많이 오른다는 상식에 부합한다.
여기서 예타 통과 효과는 비역세권보다 얼마나 더 올랐는지로 추정할 수 있다. 비역세권은 청라선 연장 때문이 아니라 전반적인 부동산 가격 상승만 반영한다고 가정한 것이다. 1차 역세권은 비역세권보다 121.06만원, 2차 역세권은 비역세권보다 113.17만원 더 올랐다. 즉, 예타 통과로 인한 역세권 집값 상승 효과는 각각 121.06만원과 113.17만원이라고 할 수 있다.
착공 소식도 값을 올렸다. 착공 전·후로 1차 역세권은 3.3㎡당 373.89만원, 2차 역세권은 466.47만원, 비역세권은 353.30만원 상승했다. 2차 역세권이 더 많이 오른 것이 특이 사항이다. 연구자들은 “1차 역세권에 비해 덜 올랐던 2차 역세권 아파트에 매수세가 몰린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마찬가지로 착공의 순효과를 계산하면, 1차 역세권은 비역세권보다 20.59만원, 2차 역세권은 113.17만원 더 올랐다.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보다는 집값 상승 효과가 작았다.

신설역과의 거리 외에 집값에 영향을 준 다른 요인도 논문에 나타났다. 청라호수공원과의 거리가 가까울수록, 아파트 브랜드 순위가 높을수록, 경과 연수가 짧을수록, 전용면적이 작을수록, 층수가 높을수록 집값이 높았다.
현재 청라국제도시 내 집값은 2022년 최고가 대비 70~80%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호수공원과 신설 예정역에서 모두 가까운 청라푸르지오(751가구·2013년 준공)가 가장 비싼 편에 속한다. 전용 94㎡가 최근 9억9000만원(43층)에 거래됐다. 역대 최고가(10억원) 회복을 앞두고 있다. 전용 114㎡는 10억원대로 아직 최고가인 13억8700만원과 격차가 크다.
청라한양수자인레이크(1534가구·2019년)와 청라더샵레이크파크(766가구·2013년), 청라롯데캐슬(828가구·2013년) 등도 이 지역 대표 단지로 꼽힌다.
스타필드 중 최대인 스타필드 하남보다 더 큰 스타필드 청라가 2027년 완공 예정이다. 하나금융그룹이 내년 상반기 본사를 청라국제도시로 이전하는 호재도 있다.
철길을 따라 열차뿐 아니라 집값도 달립니다. ‘집집폭폭’은 교통 호재의 모든 것을 파헤치는 역세권 투자 길잡이 코너입니다. 빅데이터와 발품 취재를 결합해 깊이 있고 생생한 정보를 전달합니다. 집집폭폭 열차는 매주 금요일 집코노미 플랫폼에서 탑승할 수 있습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