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의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공사비 상승으로 신규 분양가가 고공 행진하는 가운데 ‘똘똘한 한 채’를 찾는 자산가의 발길이 이어진 영향이다. 금리 인하와 새 정부 출범으로 주택시장이 과열 양상을 띨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강을 사이에 둔 이른바 ‘한강 벨트’ 및 서울과 인접한 경기권에선 벌써 집값 상승 확산세가 나타나고 있다.
◇상승세 가팔라진 강남3구

29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마지막 주(지난 26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한 주 전보다 0.16% 올랐다. 17주 연속 상승했다. 전주(0.13%)보다 오름폭도 커졌다. 지난 3월 24일 강남3구와 용산구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뒤 최고치다.
강남3구와 용산구가 오히려 상승을 주도했다. 강남구(0.26%→0.39%)와 송파구(0.30%→0.37%)는 0.4%대 상승률을 눈앞에 뒀다. 서초구도 전주와 같은 0.32% 상승률을 나타냈다. 용산구(0.16%→0.22%), 양천구(0.22%→0.31%) 등도 상승세를 견인했다.
거래 급감 속에 신고가 계약이 잇따르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강남구 압구정 현대7차 전용면적 245㎡는 신고가인 130억5000만원에 매매 계약이 이뤄졌다. 1년 전 거래가격(115억원)보다 15억원가량 올랐다. 이달 초 같은 단지 전용 144㎡도 두 달 전보다 5억원 오른 75억원(신고가)에 팔렸다.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자이(전용 114㎡)는 역대 최고가인 49억원에 최근 손바뀜했다. 잠실동 아시아선수촌 전용 178㎡ 역시 신고가인 54억90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용산구에서는 지난달 이촌동 한강맨션 전용 120㎡가 49억5000만원으로 신고가를 기록했다. 압구정동 A공인 관계자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해제되면 무조건 집값이 오른다는 걸 한번 확인했기 때문에 집주인은 아쉬울 게 없다”며 “오히려 매수자 쪽에서 매물이 나오면 연락해 달라는 얘기를 많이 한다”고 말했다.
◇자산가들 “믿을 건 강남 아파트뿐”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선 ‘갭 투자’(전세 끼고 매수)를 할 수 없다. 2년 실거주 의무 때문이다. 그런데도 한 채에 수십억원 하는 신고가 거래가 속출하는 것은 자산가들이 앞다퉈 강남 아파트를 포트폴리오에 담고 있어서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옛날엔 빌딩을 사던 자산가들이 이제 강남 아파트를 사고 있다”고 말했다. 내수 침체와 공실로 상가와 빌딩 투자 매력이 떨어진 탓이다. 주택은 10년 보유·거주하면 양도소득세 계산 시 최대 80%까지 장기보유 특별공제를 받을 수 있다. 빌딩은 15년 보유해야 30% 공제를 받을 수 있는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강남권 갭 메우기’ 거래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강남권 대장 아파트가 많이 오른 만큼 덜 상승한 곳도 따라 오를 것이란 얘기다. 최근 강남권에서 한강 변 아파트가 아닌 단지가 신고가를 기록하는 것도 그런 흐름의 일종으로 풀이된다. 이달 ‘서초현대’ 전용 84㎡가 최고가인 19억4000만원에 거래되는 등 서초구에서 다소 소외됐던 서초동 일대 단지에서 잇달아 신고가 거래가 쏟아졌다.
강남권과 가까운 한강 벨트로도 집값 상승세가 확산하고 있다. 이번 주 강동구(0.19%→0.26%), 마포구(0.16%→0.23%), 동작구(0.13%→0.17%), 광진구(0.11%→0.15%) 등에서 상승세가 가팔라졌다. 경기에선 과천(0.23%→0.30%), 성남 분당(0.21%→0.23%), 용인 수지(0.13%→0.14%) 등이 많이 올랐다.
서울과 달리 인천(0.0%→-0.04%)과 경기(-0.01%→-0.03%)는 약세를 보였다. 대구(-0.14%), 경북(-0.16%) 등 지방(-0.04%→-0.06%)도 침체가 깊어졌다.
임근호/심은지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