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간 거래(P2P) 플랫폼 활성화에도 불구하고 최근 주택 매매 시장에선 직거래가 감소하는 추세로 나타났다. 집값이 높은 서울에서 직거래 감소세가 더 두드러졌다.
29일 부동산 중개업체 집토스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서 2022년부터 2025년 1분기까지 전국 오피스텔, 연립다세대, 아파트 매매 계약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매매 중 직거래가 차지하는 비율이 꾸준히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국 주택 매매 계약 중 직거래 비율은 2022년 21.6%에 달했으나 △2023년 15.4% △2024년 14%로 꾸준히 줄었다. 2025년 1분기에는 12.5%까지 낮아졌다. 3년여 만에 직거래 비율이 거의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아파트의 경우 이러한 직거래 감소세가 더욱 두드러졌다. 전국 아파트 매매 직거래 비율은 △2022년 15.7% △2023년 10.7% △2024년 9.6%로 꾸준히 떨어졌고, 2025년 1분기에는 8.5%까지 밀렸다.
가장 극적인 변화를 보인 곳은 서울 아파트 시장이다. 서울 아파트의 직거래 비율은 2022년 16.2%로 전국 평균보다 높았으나, 2023년 7%, 2024년 4.3%로 급감하더니 2025년 1분기에는 2.9%까지 주저앉았다. 사실상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직거래가 거의 사라지고 있는 셈이다.
주택 유형별로 살펴보면 2025년 1분기 기준 아파트의 직거래 비율(전국 8.5%, 서울 2.9%)이 가장 낮지만, 연립·다세대는 27.2%, 오피스텔은 30.7%로 상대적으로 높았다. 이는 아파트, 특히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서울의 경우 거래금액이 많고 권리관계나 세금 문제가 복잡해 개인 간 직거래보단 중개사를 통해 안전한 거래를 선호하는 경향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경향은 매매 가격대별 분석에서도 뚜렷하게 확인된다. 집토스에 따르면 매매가 4억원 이상인 계약에서의 직거래 비율은 2022년 14.1%에 달했으나, 2023년에는 6.6%로 크게 낮아졌고, 2024년 5.6%를 거쳐 2025년 1분기에는 5.5%까지 감소했다. 2025년 1분기 전체 매매계약의 직거래 비율 12.5%에 비해 절반 이상 낮은 수치다.
거래 금액이 많을수록 매수자와 매도자 모두 잠재적 위험에 대한 부담이 커져, 보다 안전한 거래를 위해 전문가의 조력을 찾는 경향이 심화한 것이다.
직거래 비율 감소 현상은 단순히 개인 간 거래 플랫폼의 확산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최근 몇 년간 전세 사기 등 부동산 관련 사기 사건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하면서 부동산 거래 전반에 대한 위험 인식이 높아졌고, 이에 따라 매매 시장에서도 안전한 거래를 위해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려는 심리가 확산했다.
부동산 매매는 등기, 세금, 대출 등 복잡한 법적·행정적 절차를 수반하는데, 이에 대한 부담감으로 인해 직거래를 망설이는 이들이 늘고 있다. 또 부동산 시장의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정확한 시세 판단과 가격 협상, 매물 하자에 대한 책임 소재 등을 명확히 하기 위해 공인중개사의 전문적인 조력을 선호하는 경향이 커진 것도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이재윤 집토스 대표는 "플랫폼을 통한 정보 접근성은 전례 없이 높아졌지만, 역설적으로 고액 자산인 부동산 거래의 본질적인 위험성과 복잡성 또한 부각되고 있다"며 "특히 거래 금액이 많고 시장 변동성에 민감한 아파트, 그중에서도 서울 아파트나 고가 주택일수록 실패 비용에 대한 우려가 커 직거래보다는 전문성과 안전성을 갖춘 중개 거래를 택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으로 여겨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