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민간 아파트 분양가가 2배 이상으로 치솟으며 수요자 부담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하반기에는 '제로 에너지 건축물 인증’ 의무화로 분양가 추가 상승이 예고돼 내 집 마련을 희망하는 실수요자 부담이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28일 부동산R114가 민간 아파트 분양가 추이를 조사한 결과 전국 평균 3.3㎡당 분양가는 2015년 988만원에서 2024년 2066만원으로 10년간 2.1배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제주 3.1배 △대전 2.5배 △서울 2.4배 △광주 2.4배 △울산 2.2배 △경북 2.1배 순으로 상승 폭이 컸다.
분양가 부담이 커지면서 민간분양 시장에도 냉기가 돌고 있다. 이달 22일까지 청약을 받은 전국 15개 단지 가운데 부천 대장지구, 화성 동탄지구 내 공공분양 아파트 4개 단지는 모두 두 자릿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지만, 민간분양 시장 11개 단지 중에서 1순위 청약 마감에 성공한 단지는 서울 구로구 고척동 '고척푸르지오힐스테이트' 1곳뿐이었다.
최근 경기 위축이 이어지는 데다 매년 분양가가 크게 오르면서 내 집 마련을 희망하는 실수요자 부담이 커졌고, 결국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가격을 갖춘 공공분양 단지에만 관심이 쏠린 것으로 풀이된다.

분양가 상승은 주택 수요자뿐 아니라 공급자인 건설사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건설자재 가격과 인건비가 오르면서 수익성이 악화하고, 고분양가로 인해 미분양 사업장이 늘면서 부담이 커지는 구조다.
2024년 말 기준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의 매출 대비 원가율은 92.88%에 육박했다. 1만원어치를 팔아 712원 남겼다는 의미다. 대형 건설사 가운데 원가율이 100%를 넘어선 경우도 발생했다.
시공능력평가 2위인 현대건설은 지난해 원가율 100.66%를 기록했다. 2022년 92.88%였던 원가율은 2023년 94.26%로 올랐고, 지난해 100%를 넘어섰다. 4위인 현대엔지니어링도 2022년 94.59%였던 원가율이 2023년 95.11%, 2024년 105.36%로 3년 만에 10.77%포인트 치솟았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아파트도 7만173가구 수준이다. 이는 2012년 말 7만4835가구 이후 12년 만에 가장 큰 규모다.
아파트 분양가는 하반기에도 껑충 치솟을 전망이다. 국토교통부가 6월부터 30가구 이상 민간아파트에 대해 '제로 에너지 건축물 인증' 의무 시행을 예고한 여파다.

제로 에너지 건축물(ZEB) 인증은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해 건축물 에너지 소요량은 최소화하는 제도로, 에너지 자립률에 따라 건축물 등급을 부여한다. 민간아파트는 그간 유예기간을 적용받았지만, 6월 이후로는 5등급(에너지자립률 20~40% 미만) 기준을 맞춰야 한다.
장기적 관점에서 건물 유지비가 줄어드는 등 경제적 효과가 있지만, 친환경 설비와 자재, 기술 등을 적용해야 하는 만큼 초기 크게 오르는 건설비용이 분양가에도 녹아들 것으로 예상된다.
9월에는 분양가 산정의 근간이 되는 국토교통부 기본형 건축비가 발표된다. 기본형 건축비는 공사비 상승과 건설 현장 안전 비용 증가 등의 영향으로 2020년 9월 이후 지속 상승하고 있다.
부동산R114 장선영 책임연구원은 "하반기 새로운 정부 출범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개선되면 올해 분양을 미뤄온 단지들이 본격적인 분양에 나설 것"이라면서도 "분양가 추가 인상이 예상되면서 소비자와 공급자 모두 가격 부담이 커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