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이 올해보다 7만 가구 이상 줄어든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15만 가구가량 감소한 수치다. 공사비 갈등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3기 신도시 공급 지연 등으로 ‘공급 가뭄’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6일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R114에 따르면 내년 전국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21만1832가구다. 올해 말까지 예정된 물량(28만3339가구)보다 25.2%(7만1507가구) 감소할 전망이다. 현장에선 공사 지연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만큼 실제 내년 입주 예정 물량은 20만 가구에 못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부동산R114는 30가구 이상 아파트 단지를 대상으로 입주 예정 물량을 조사한다. 입주자 모집공고로 확인하기 어려운 후분양 아파트, 청년안심주택 물량 등은 포함되지 않는다.
지역별로는 내년 수도권 입주 물량이 11만4570가구로 올해보다 18%가량 감소한다. 수도권 입주 물량은 2023년 19만4151가구에 달했으나 지난해 17만1809가구, 올해 14만897가구로 매년 줄고 있다. 지방은 올해 14만2442가구에서 내년 9만7262가구로 31% 감소한다. 대구를 비롯한 지방 부동산 경기 침체가 지속되며 입주량이 지난해(19만1970가구) 이후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인기 주거지인 서울 강남권에선 내년 입주 예정 단지가 한 곳도 없다. 지난해 초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6702가구), 올해 상반기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1만2032가구) 등 대단지 입주가 잇따른 것과 대비된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임대차 시장은 안정됐던 것과 다른 상황이 내년에 펼쳐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김지연 부동산R114 책임연구원은 “시장에선 공급 부족 불안이 적지 않고, 대기 수요도 상당해 당장 전·월세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며 “전·월세 가격과 연동해 매매가도 쉽게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그는 “대선 후보가 여야를 막론하고 주택 공급 확대를 강조해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