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남 분당신도시에서 2차 재건축 지구 선정 기준을 놓고 지자체와 주민들 사이 갈등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다른 지자체들은 주민제안 방식을 채택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성남시만 공모 방식으로 기울고 있는 탓입니다.
1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1기 신도시별 2차 재건축 지구(특별정비구역) 선정 규모와 방식 등을 내달 발표할 예정입니다. 1차 재건축 지구인 선도지구는 지난해 공모 방식으로 진행했지만, 올해부터는 지자체 여건에 맞게 주민제안 방식도 함께 고려하도록 했습니다.
공모 방식은 사전에 기준과 배점표를 공개하고 점수를 합산해 재건축 지구를 고르는 방식입니다. △참여 가구 수 △주차대수 △추가 공공 기여 등 정량적 평가가 이뤄지기에 누구나 결과에 수긍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주민제안 방식은 지자체가 각 단지의 노후도와 사업성 등을 평가해 선정합니다. 정량적 평가보다는 정성적 평가가 이뤄지기에 결과를 두고 주민들이 반발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1기 신도시 2차 재건축 지구 선정 코앞…기준 두고 '갈등'
주민제안 방식의 장점은 곧바로 정비계획 수립에 돌입해 사업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공모에 참여했다가 탈락하면 정비계획 수립 비용을 날리게 되지만, 주민제안 방식에서는 그럴 우려도 없습니다. 이 때문에 1기 신도시 지자체는 대부분 주민제안 방식을 채택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성남시는 분당신도시 2차 재건축 지구 선정을 공모 방식으로 진행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재건축 단지 지정은 주민들에게 민감한 문제이지만, 정량화된 점수로 결과를 도출하면 민원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지난해 1기 신도시 지자체에서 13곳의 선도지구를 선정했을 때도 조작이나 편법을 의심해 정식으로 이의를 제기한 경우는 없었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에 주민들은 반발하고 있습니다. 공모 방식으로 진행할 경우 동의율 수치 등의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입니다. 지난해 선도지구 공모 당시에도 1기 신도시 각 단지들은 동의율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인 바 있습니다.
지난해 선도지구 경쟁에서 탈락한 단지 관계자는 "주민들이 자원봉사에 나서 동의서를 걷고 다녔는데, 아파트 곳곳을 끊임없이 걸어 다닌 탓에 다리가 퉁퉁 붓곤 했다"며 "다른 단지와의 동의율 비교에 정신적 스트레스도 상당했다. 다시 겪고 싶지 않은 경험"이라고 고개를 저었습니다.
동의율 경쟁에 '승자의 저주' 부담…'공모 반대' 연명서도
재건축 사업성을 낮추는 '승자의 저주'가 반복될 것이라는 불만도 제기됩니다. 지난해 선도지구 공모에서 분당은 치열한 동의율 경쟁 끝에 34개 신청구역 가운데 10곳 이상이 95% 넘는 주민 동의로 동의율 만점을 받았습니다. 그 결과 선도지구 당락을 가른 것은 성남시가 지정한 공공기여 항목이었습니다.
당시 성남시는 부지 면적의 5% 이상을 추가로 공공기여 하면 6점을 주고 장수명 주택 인증(3점), 구역 정형화(2점), 이주대책 지원(2점), 소규모 단지 결합(2점) 때도 추가 점수를 받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주요 선도지구 신청 구역들은 이들 항목을 최대치로 반영했습니다. 분담금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일단 선도지구가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컸던 탓입니다.

이번에도 공모 방식을 적용하면 재건축 단지의 공공기여 부담이 과도해질 것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한 재건축 추진 단지 관계자는 "1점이 아쉬운 상황을 조성해 경쟁을 부추기면 과도한 공공기여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며 "선도지구도 2~3위는 점수가 같고 4위는 간발의 차이로 떨어졌다"고 토로했습니다. 이어 "다른 1기 신도시는 공공기여를 적절히 협의하는데, 분당만 '풀베팅'하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러한 우려에 분당재건축연합회(분재연)는 최근 아파트 단지 38곳, 2만5000여 가구가 참여한 연명서를 시에 제출했습니다. 지난해 선도지구 공모에 참여한 4만7000여 가구 중 절반 이상 참여한 셈입니다. 연명서에는 공모 방식의 불합리성을 지적하며 주민제안 방식으로 재건축 지구를 선정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성남시는 아직 2차 재건축 지구 선정 방식이 확정된 것은 아니며, 주민 의견을 반영해 이달 말 방식을 정한다는 방침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장기간 이어진 공사비 상승으로 재건축 단지마다 분담금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재건축 지구 선정의 투명성을 높이면서도 주민 부담은 줄이는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