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 당첨자는 통상 계약금 10%, 중도금 60%, 잔금 30% 비율로 분양대금을 치른다. 최근 들어 이 ‘10-60-30’ 공식이 깨지고 있다. 부동산시장 양극화 속에 지방 분양 단지는 계약금 비율을 5%로 낮추고, 서울 강남권 등 인기 지역은 계약금을 20%로 책정하는 곳도 나오고 있다.
16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올해 들어 계약금 5%를 내걸고 계약자를 모집하는 단지가 늘고 있다. 광주 광산구 ‘한양립스 에듀포레’(총 470가구)가 대표적이다. 잔금을 35%로 높이는 대신 계약금 비중을 5%로 낮췄다. 계약금 5%를 적용하면서 이를 두 차례에 나눠 낼 수 있게 한 사례도 적지 않다.
대전 동구 ‘대전 롯데캐슬 더퍼스트’(952가구)는 계약 때 1000만원만 내고, 나머지 차액은 계약일로부터 30일 이내 납부하면 되도록 했다. 울산 울주군 ‘남울산 노르웨이숲’(848가구)과 경기 양주 ‘양주 용암 영무 예다음 더퍼스트’(644가구)는 계약금 5%에 1차 계약금 500만원을 선보였다. 수중에 500만원만 있어도 새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는 셈이다.
계약금이 낮은 단지는 지방이나 수도권 외곽에 있는 아파트라는 게 공통점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작년 12월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 7만173가구 중 75.8%인 5만3176가구가 지방에 있다. 분양시장이 얼어붙은 만큼 초기 자금 부담을 낮춰서라도 계약자를 끌어모으려는 고육지책이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입주가 목적이 아니라 프리미엄(웃돈)을 받고 분양권을 전매하려는 투자자라면 계약금이 낮은 게 큰 혜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 ‘래미안 원페를라’(1097가구)와 세종 ‘세종 5-1 양우내안애 아스펜’(698가구)은 계약금 비율이 20%로 높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돼 가격 경쟁력을 갖춘 만큼 청약 성적이 좋을 것으로 예상되던 단지들이다. 건설회사로선 가격 상한선 때문에 분양가를 마냥 높여 받을 수 없는 만큼 자금이라도 빨리 회수하자는 판단이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그나마 세종 5-1 양우내안애 아스펜은 계약금 20%를 두 달에 걸쳐 나눠 낼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래미안 원페를라는 계약 당일에 바로 20%를 납부하는 조건을 내걸었다. 전용면적 84㎡ 기준 4억5000만~5억원의 목돈이 있어야 계약금을 치를 수 있다는 얘기다. 중도금, 잔금과 달리 계약금은 대출상품이 없어 강남권 청약을 노리는 수요자는 자금 마련 계획을 잘 세워놔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 따라 계약금은 최대 20%까지 설정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