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죽신’(얼어 죽어도 신축) 열풍이 이어지고, 서울 청약시장 당첨 확률이 ‘바늘구멍’ 수준을 보이자 분양권 거래에 관심을 보이는 수요자가 늘고 있다. 작년 하반기 공급된 서울 인기 단지의 전매 제한 기간이 최근 속속 풀리고 있는 것도 분양권 ‘큰 장’이 펼쳐진 배경으로 꼽힌다. 서울 광진구와 동대문구 등에선 ‘억 소리’ 나는 프리미엄(웃돈)이 붙은 사례가 적지 않다. 연내 강동구와 성동구 등 선호 지역에서 새로운 분양권 매물이 나올 예정이다.
광진 롯데캐슬, 68건 거래
1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날까지 서울 분양권 거래량은 283건이다. 작년 같은 기간(189건)보다 49.7%(94건) 늘었다. 지난 8월 91건, 지난달 55건 거래되는 등 최근 몇 달 새 분양권 손바뀜이 활발했다. 올 상반기만 해도 월평균 서울 분양권 거래량은 17.8건에 그쳤다.
8월부터 광진구 ‘롯데캐슬 이스트폴’과 동대문구 ‘래미안 라그란데’ 등 인기 대단지의 전매 제한 기간(당첨자 발표일로부터 1년)이 해제돼 분양권 거래가 가능해졌다. 롯데캐슬 이스트폴은 최근까지 68건의 분양권 손바뀜이 일어났다.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과 맞닿아 있는 데다 총 1063가구 대단지라는 점이 관심 요인이다. 작년 8월 1순위 청약 당시 420가구 모집에 4만1344명이 몰려 98.4 대 1의 높은 평균 경쟁률을 기록한 곳이다.
이 단지 전용면적 138㎡ 분양권은 지난달 28억4910만원(44층)에 손바뀜했다. 분양가(최고 24억2000만원)보다 4억원 넘게 웃돈이 붙었다. 최고층(48층) 대형 면적대는 프리미엄만 12억원이 넘는 매물이 나와 있다. 래미안 라그란데도 전매 제한이 풀린 지 두 달도 안 돼 32건의 분양권이 매매됐다. 지난달 전용 99㎡ 분양권이 분양가(최고 12억9900만원)보다 2억원 높은 15억원에 거래됐다.
두 단지 매물에 대부분 ‘양도세 매수자 부담’ 조건이 붙어 있는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차익의 66%(보유 1년 경과 기준)에 해당하는 높은 세금(양도소득세, 지방소득세)을 매수자가 대신 내주겠다는 뜻이다. 이른바 ‘손피’(손에 쥐는 프리미엄) 거래가 보편화됐을 만큼 매도자 우위 시장이 형성돼 있다.
얼죽신에 청약 열기 복합 작용
분양권 시장이 활기를 띠는 건 새 아파트 선호 현상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동산플랫폼 업체 직방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1순위 평균 청약 경쟁률은 396.8 대 1을 나타냈다. 직방이 관련 조사를 시작한 2018년 이후 역대 최고 경쟁률을 보였다. 일부 웃돈을 얹어주더라도 분양권을 구입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는 이유다.
서울 분양권 거래를 향한 관심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청약시장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단지의 전매 제한 해제 시점이 하반기 속속 도래하기 때문이다. 다음달엔 강동구 ‘e편한세상 강동 프레스티지원’, 동대문구 ‘이문 아이파크 자이’ 등이 분양권 시장에 나온다. e편한세상 강동 프레스티지원은 1년여 전 모든 타입이 1순위 마감된 단지고, 이문 아이파크 자이는 총 4321가구에 달해 적지 않은 매물이 쏟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12월엔 마포구 ‘마포 푸르지오 어반피스’, 성동구 ‘청계리버뷰자이’ 등의 전매 제한 기간이 끝난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